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는 말은 투자 설명에 늘 나옵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는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공식이 아니라 상황으로 보면 바로 납득됩니다.
받을 돈이 고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채권은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증서입니다. 살 때 조건이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액면 100만원, 연 3%, 만기 3년짜리 채권을 샀다면 앞으로 받을 돈은 해마다 3만원과 만기의 100만원으로 고정됩니다. 시장 상황이 바뀌어도 이 금액은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는 것은 이 증서를 다른 사람이 얼마에 사줄 것인가입니다.

새 채권이 더 주면, 옛 채권은 값을 깎아야 합니다
시장금리가 올라서 새로 나온 채권이 연 5%를 준다고 해 봅시다. 똑같이 100만원을 넣으면 한쪽은 해마다 5만원, 내가 가진 쪽은 3만원입니다.
이 상태로는 아무도 내 채권을 100만원에 사지 않습니다. 팔려면 값을 깎아야 합니다. 더 싸게 사서 같은 3만원을 받으면 수익률이 올라가므로, 가격이 충분히 내려간 지점에서 새 채권과 조건이 맞아떨어집니다. 그 지점이 새 시세입니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1%로 내려가면 내 3% 채권이 귀해집니다. 웃돈을 주고라도 사려는 사람이 생기고 가격이 올라갑니다.

만기가 길수록 더 흔들립니다
같은 금리 변화에도 채권마다 가격이 움직이는 폭이 다릅니다. 기준은 남은 기간입니다.
만기가 한 달 남은 채권은 곧 원금을 돌려받습니다. 금리가 올라도 손해 볼 기간이 한 달뿐이라 가격이 거의 안 움직입니다. 반면 만기가 20년 남았다면 불리한 이자를 20년간 받아야 하므로, 그만큼 가격이 크게 떨어져야 균형이 맞습니다.
이 민감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 듀레이션입니다. 용어를 외우지 않아도 "길수록 많이 흔들린다"는 방향만 알면 대부분의 판단은 됩니다. 금리가 내릴 것 같을 때 장기채가 거론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만기까지 들고 가면 시세는 상관없습니다
여기가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가격 변동은 중간에 파는 사람에게만 손익이 됩니다.
발행자가 부도나지 않는다면, 만기까지 들고 간 사람은 처음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그대로 받습니다. 중간에 평가손실이 찍혀 있어도 만기에는 액면가로 상환됩니다.
그래서 채권 투자에서는 이 돈을 만기까지 둘 수 있는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중간에 쓸 돈이라면 금리 변동이 그대로 손익이 되고, 끝까지 둘 돈이라면 중간 시세는 숫자일 뿐입니다. 다만 발행자가 갚지 못하는 신용위험은 별개로 남습니다.
정리
금리와 채권 가격이 반대로 가는 이유는 받을 돈이 고정돼 있어서 가격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만기가 길수록 폭이 커지고, 끝까지 들고 가면 시세와 무관하게 약속된 돈을 받습니다. 이 세 가지면 채권 기사의 대부분이 읽힙니다.
이 글은 채권 가격과 금리의 일반적인 관계를 설명한 것이며 특정 상품이나 투자 시점을 권하지 않습니다. 실제 채권은 신용위험, 중도상환 조건, 세금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투자 전 상품설명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